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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몬순, 2006/08/20
몬순 2006/08/20 15:31, Almost everything

오랜만에 하늘은 우거지상을 하고 있었다. 태풍이 온다는 네이버 일기예보가 어깨를 으쓱거리는 늦은 아침이었다. 모니터 속 토크쇼의 왁자지껄 요란스러운 웃음소리을 반찬삼아 밥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었다.
"계십니까?"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잡상인─이라고 생각되는─멘트였다. 실로 오랜만에 부모님은 일 나가시고 안 계시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교는 불교를 믿는다는 멘트를 준비하고 문을 열었다.
"김민수씨 되십니까?"
"네."
"택배 왔습니다."
이상하다. 주문한 책들이랑 비누는 이미 어제 다 왔는데 나한테 택배를 보낼 이가 누가 있지, 하는 마음으로 택배를 받았다. 아무곳이나 사인하라는 택배기사아저씨의 말에 아무렇게나 사인을 하고 발송인을 보니, 더 어이없게도, 전부 다 영어. 그러다 생각났다. 지난달 중순쯤에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사진집을 주문한 일이 있었다. 계절이 바껴 옷장에 넣어두었던 겨울옷을 꺼내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1년 묵은 만원짜리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박스를 단단이 동여매고 있는 테이프를 쥐어뜯고 내용물을 꺼냈다. 혹시나 있을 구겨짐을 방지하기 위해서 빳빳한 종이까지 덧대어 포장한 세심한 배려에 감동, paperback이라기에 책의 종이질이 형편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윤기나는 빳빳한 종이라서 다시 한번 감동. 사진집을 한장씩 스쳐보면서 멋진 사진들에 완전 감동. 나도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


내 마음이 쏙 드는 사진


by 사라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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