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군데에선 내렸고, 나머지 두군데에서도 상영관 하나로 다른 영화와 교대 상영하는 처지였다. 어쩌면 상영관 하나를 혼자 전세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던 터였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10여명. 개중에 괜찮은 리액션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 덕분에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느지막히 들어와 내 뒤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던 덩치 좋은 아저씨들은 좀 아니었다.
한석규, 오달수가 나온다는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이문식은 모르고 있었다. 그 외에 낯익은 배우들도 보이고.
처음 제목을 듣고 구타유발자는 누구를 이름인지 궁금했다. 매를 버는 어리바리한 녀석들인지, 이유도 없이 구타를 일삼는 이들인지. 뭐, 영화에선 둘 다 나오더라.
배우들의 연기가 참 괜찮다. 각자의 캐릭터에 잘 스며들어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성악가 양반은 정말 한 대여러 대 패주고 싶었고, 이문식은 너무 악랄해서 패주고 싶은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한석규가 제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의 멋진 목소리와 예전 작품들을 편애하는 개인적 이유도 포함되었지만 여러 감정들을 동시에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는 그리 흔치 않으니까.
구타유발자는 생(날) 것의 폭력을 보여준다. 아크로바트에 가까운 인체의 움직임으로 즐거움을 주는 액션과는 다르다. 액션 영화의 그것처럼 폭력은 화려하지 않다. 정말 사람이 사람에게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스스로 죽여달라고 외치게 만들 정도의 악랄한 고통.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폭력 그 자신이라는 간단한 진리를 전하기 위해 영화는 그토록 잔인하다. 진리일수록 간단한 법이니까. 간단한 사실일수록 설득하기가 어려운 법이니까.
by 사라마지 영화, 한석규
음란서생 2006/05/18 14:46, Almost everything


스캔들이 감독의 전작이었다는 것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석규는 이미 흥행배우로의 위상을 잃었고(사실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김민정의 베드신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범수가, 오달수가 나오는지는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그런 이유로 소재를 알고서도 진중함을 기대했건만, 전혀 다른 전개에 혼자 킥킥거리며 즐거워하는 참이었다. 잠드는 시각을 늦춰가면서 영화를 붙잡고 있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후반부 난데없는 방향 선회만 아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현실이 훨씬 비현실적이라지만 이건 너무 홍두깨다. 조교의 자세 시범에 쿡쿡거리다가 팔이 잘리고 다리 뼈가 부러지는 장면을 아무 준비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잔뜩 힘을 주다가 마지막 '동영상'은 무언지.
이야기 전개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오달수는 어떤 장면에 있더라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력을 가진 배우다. 한석규의 편안한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김민정은 너무 전형적이었지만 커다란 눈망울과 예술등짝-_-이 모든 걸 커버해 버렸으니.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도 어느 영화보다도 멋스러웠던 한복도, 어느 장면을 캡쳐하더라도 멋진 스틸컷이 될 것 같은 화면도 모두 놓쳐선 안 될 감상요소였다.
by 사라마지 영화,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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